CYCLING DIARY

[6월22일] 산속의 달밭에서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6. 22. 19:08

운동을 즐겁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아무리 좋아하는 운동이라 한들, 휴식이 없다면 운동은 노동, 나아가서는 육체적인 자학으로 변질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전거 라이딩을 할 때도 적절한 휴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Cycling4Cure처럼 뙤약볕을 달리는 여행자들이라면 말이지요. 


 

 

오늘 Cycling4Cure는 비교적 다양한 휴식 시간을 즐기면서, 하루를 달렸습니다. 

그 첫 번째는 나무그늘과 의자입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휴식 공간이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에어컨과 선풍기가 아닌 자연풍에 의지하는 거리 여행자들에게 이런 휴식처는 늘 새로운 오아시스처럼 다가옵니다. 라이딩을  50분 정도 한 다음에 이런 장소가 나타나면 정말 기분 최고지요. :-)


 

 

하지만 라이딩 시간 50분이 다 되어가는 때에 쉴만한 곳을 찾을 수 없다면, 이렇게 그늘이 드리운 도로에 누워 쉬기도 한답니다. 길가인데도 너무 편하게 누워있죠?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휴식 방법이네요.


좀 위험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나름 삼각대도 설치하여 안전을 위해 신경을 썼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휴가철 이동 차량이 지방 곳곳마다 늘어날테니 도로 위 일광욕 휴식은 삼가야겠습니다. ^^;

 


 

오늘은 산속을 열심히 달리다가 우연히 카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후미진 산속에는 산장만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기대 반 호기심 반, Cycling4Cure는 오늘도 무조건 들어가봅니다. ^_^


 

 

"달밭 카페"라는 곳인데요. 이곳 주인분이 바로 신혜솔 시인 선생님이셨습니다.

이런저런 깊이 있는 삶의 이야기, 시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와 희망을 주고 받았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오래된 수첩>이라는 신혜솔씨의 시집까지 선물받았습니다.

그 중에 눈에 들어오는 시가 있어서 한 번 올려봅니다.

 


                 연습

                              신혜솔

 

생각 없이 내던져진 한마디 말이

허공을 맴돌다 내게로 다가와

가슴 후비며 파고든다

뼈마디를 깎는 듯한 고통으로

꽃이 된다

 

삶을 함께한 죄 값으로

지그시 눈감고 흘려보낸

그 부대낌의 시간들

어느새 푸른 이끼 되어

텅 빈 마음속을 채우고 있다

 

혼자가 아니기에

많이 흐느꼈던 날들을

행복했다 할 수 있을까

앞만 보고 걷는 발자국

그 뒤를 따라가며

말과 생각과 웃음을 잃은채

뛰어가는 내 모습

그 안에 또 다른 내 모습이 보인다

 

살아있다

고통 속에 핀 꽃은 늘 향기롭듯이

살아있기에

살아가 것을 연습하는

숨 가쁜 하루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늘의 가장 높은 고지인 도마령에 도전했습니다. 

도마령으로 향하는 길목 어느 곳에서 김선욱, 박재란 부부가 오는 모습이 보이네요. 깨알같아서 또렷한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두분 맞습니다.^^ "파이팅!"이라고 크게 외쳐봤는데, 제 목소리가 들리시는지 손을 흔드시더라고요.

 


 

도피령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도피령에서 잠시 기념촬영을 하고  이제부터는 쭉쭉 내리막을 달립니다!

내리막에도 멋진 풍경이 많았는데, 김선욱 씨께서 너무 빠르게 내려가시는 바람에 차마 사진을 찍을 수가 없더군요. ^^;

 

 

 

드디어 전라도에 입성. 무주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의 라이딩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여행 50여일 만에, 드디어 전라도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저 정도령이 이렇게 전라도 입성에 열광(?)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내일이 유달리 기다려지네요.

 


  • 2012년 6월 22일 (금) 맑음 - 53일차
  • 이동 경로: 김천시 신음동 신음교 > 도마령 > 무주 반디랜드
  • 일일 주행: 60Km
  • 누적 주행: 2399Km



내일부터는 입이 호강할 수 있는 맛기행을 기대해봅니다! '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