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슬슬 밝아올 때였을까요. 텐트 바깥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듯 싶더니 돌연 누군가가 Cycling4cure를 급습하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5시를 갓 넘긴 시간, 누군가 했더니 인간극장 촬영팀이네요. 이른 아침부터 오늘의 촬영을 시작합니다.
캠핑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인간극장 촬영팀 여러분들은 새벽 댓바람부터 분주했던 것이지요. 그 소리에 깬 김선욱·박재란 부부, 그리고 저도 부리나케 일어나 간단하게 단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옷을 챙겨 입은 후 세면장에 가서 몸을 씻고 아침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커피와 토스트를 먹는둥 마는둥 한 후에 드디어 라이딩 현장으로 이동합니다.
오늘의 라이딩도 순조로울 수 있도록, 라이딩 용구를 꼼꼼하게 챙겨주시는 박재란 씨의 정성에 김선욱 씨는 따뜻한 눈빛으로 보답합니다. 오늘따라 두분의 모습이 더욱 정겹게 보이더군요.^^
아침에 조금 정신이 없었던 탓인지 오늘 일정에는 약간 착오가 있었습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느닷없이 논둑길을 달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네요. 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논둑길의 풍광 덕분에, 잠깐 동안은 길 잃은 시름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출발하고나서 2번 정도 쉬었을 때 쯤 김선욱 씨의 기록을 살펴보니 벌써 23Km를 돌파했더군요. 오늘 김선욱 씨의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최고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안심하는 것도 잠시, 그 다음 휴식 지점에 앞서 도착해 있던 저와 박재란 씨에게 다가오는 김선욱 씨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한가득 일그러져 있는 얼굴이 큰 고통을 참고있는 것 같았습니다.
깜짝 놀란 박재란 씨가 뛰어가 물어보니, 라이딩 도중 돌연 등쪽에 큰 고통이 몰려왔다고 김선욱 씨가 말합니다.
즉시 김선욱 씨를 근처 정자에 눕힌 후 마사지를 시작했습니다.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온 힘을 다해 김선욱 씨의 몸을 주물렀지요. 저의 정성이 효력을 발휘한 것인지 김선욱 씨는 이내 '괜찮다'고 하시면서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남은 거리를 마저 달려야한다면서, 저와 박재란 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이딩에 대한 고집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합니다. 저와 박재란씨는 예의주시하면서 김선욱 씨의 뒤를 바짝 따라갔습니다.
역시 너무 무리한 탓이었을까요. 아니나다를까 53.2Km 지점에 이르렀을 때, 김선욱 씨가 갑자기 자전거를 부리며 길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참담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 나머지 저와 박재란 씨는 김선욱 씨 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오늘 라이딩은 여기서 마치기로 하고, 풀이 죽은 김선욱 씨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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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걱정하는 만큼, 내일은 진정으로 건강한 라이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로드매니저 김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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