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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조선일보] [Why] 하루 15㎞/h 속도로 말기암과 싸운 남자


김선욱씨 6362㎞ 자전거 종주기
출간 20일 앞두고 열정의 삶 마감

말기암 환자이면서 184일간 자전거로 국토를 누벼 총 6362㎞를 달린 김선욱〈본지 2012년 4월 28일자〉씨가 국토 종단기를 담은 책 '희망의 속도 15㎞/h(민음인 刊·사진)'를 펴냈다.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제가 폐암 4기입니다"라고 인사하며 악수를 청하고, 늘 '암에게 감사한다' '암은 내 친구'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김씨는 작년 5월 1일 임진각을 출발해 전국을 지그재그로 누볐고 제주도까지 일주해, 10월 31일 국토 종주를 마쳤다.

평생 스포츠를 즐겨온 사람답게 말기암 앞에서 자전거 국토 종주라는 극한의 스포츠를 선택한 그는, 발병 사실을 알기 전부터 자전거 세계여행을 꿈꿨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명치가 묵직해 병원에 갔다가 청천벽력을 들었고, 무기력하게 누워있다가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자전거 여행 지금 해보자."

자전거 종주엔 아내 박재란(57)이 늘 함께했고, 구간마다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나와 응원하며 함께 라이딩을 했다. 첫 번째 동반 라이더 역시 위암 판정으로 수술을 받은 뒤 직장에 복귀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끌어안고 왈칵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에서는 읽는 이의 눈시울도 뜨거워진다.

하루도 빠짐없이 페달을 밟아 6300㎞를 달린다는 것은 항암치료를 받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씨는 "나는 암환자라는 이성과 내겐 아무 문제 없다는 감성 사이의 갈등"을 이겨내고 안장 위에서 삶을 불태웠다. 그는 자전거 종주 직전 인터뷰에서 "2014년에도 내가 살아있을 확률이 10%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만약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내게는 10%의 삶이 남은 게 아니라 여전히 100%의 삶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암의 20%는 의사가 고치지만, 80%는 본인의 의지로 고친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그는, 애초 올해 일본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이어 미국 호주, 유럽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책 출간을 20일 앞둔 1월 10일 아침, 갑자기 균형감각을 잃어 찾았던 병원 침상에서 끝내 숨을 거두었다.  한현우 기자

[Why] 하루 15㎞/h 속도로 말기암과 싸운 남자 

조선일보, 2013년 2월 18일 [원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