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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크로스로] [인터뷰] "죽음에 갇히지 않는 희망과 함께했다"

인터뷰


"죽음에 갇히지 않는 희망과 함께했다"

故 김선욱 씨 국토종단기 <희망의 속도> 공동저자 이진경




2012년 5월 1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바람의 언덕’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선욱, 폐암 4기의 환자다. 그의 옆에는 아내 박재란과 앞으로 그의 국토 종단에 동행해 여정을 기록할 작가 이진경, 로드매니저 정환혁 씨와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지인들이 함께 했다. 그 날로부터 184일간 계속된 김선욱 씨의 라이딩은 10월 31 제주도에서 마무리 됐다. 김 씨는 국내에 이어 일본과 호주에서도 라이딩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김 씨의 도전과 길 위의 시간들을 기록한 <희망의 속도 15km/h>(김선욱·이진경 공저/ 민음인, 이하 희망의 속도) 출간을 얼마 앞두지 않고 그는 하늘나라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의 도전기이자 유고작이 된 <희망의 속도>엔 ‘김선욱’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남기고 간 희망의 메시지와 암이 주는 두려움과 무력함 속에 갇히지 않으려고 분투했던 한 인간의 ‘삶’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출판기획자와 번역가로 활동해 오고 있으며, 이번 여정에 여행작가로 동행해 김 씨의 희망의 속도를 페이지마다 기록해 낸 이진경 씨를 만났다. 김 씨가 우리에게 주고자 했던, 이 씨가 느꼈던 희망의 속도는 무엇일까.




▲ 고 김선욱 씨는 폐암 4기 환자였지만, 자전거 국토종단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책 출간을 앞두고 부르심을 받으셔서 많이 안타까웠다. 건강한 사람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자전거 국토 종단을 암 투병을 하시면서 어떻게 기획하고 진행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원래 김선욱 선생님은 2014년에 은퇴하시면 세계 여행을 할 계획을 갖고 계셨다. 암 진단을 받고 직장을 그만두시면서 이왕 하기로 한 거 좀 더 앞당겨서 하기로 결정하셨고, 여러 기관에 무작정 협조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셨다. 처음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한 곳에서 연락이 온 후 부터는 물꼬 터지듯 여기저기서 도움을 주겠다는 응답이 왔다. 그러다 일간지에 난 인터뷰 기사를 보고 출판사에서 여행의 목적을 알리는 홍보에서부터 책 출간까지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한 로드매니저도 출판사의 후원으로 함께 했다. 두 분 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신데 끊임없이 기도를 하셨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동참해주었기 때문에 이 여행이 가능했다.


출판기획자, 번역자, 작가로 더 잘 알려져있는데 이번에 여행작가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생겼다. 어떤 계기로 여정에 합류하게 되었나?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어떤 일에 대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길에서 먹고 자고 하는 일들도 내겐 버겁게 느껴져서 못하겠다고 했었는데, 암 환자가 자전거로 여행한다는 얘기가 점점 의미있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책에도 썼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도 암 환자였고, 결국 여행을 하진 못하셨지만 여행을 좋아하셨다. 그래서인지 이 여행을 어떤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나 역시 출판기획자로 살아왔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하겠다고 했다. 이 국토 종단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서 합류하게 됐다. 사실 그때 만해도 이 일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후회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내 인생과 삶 전반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가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계획한 게 가능했던 것 같다.





김 선생님은 감추시지 못한다. 가면이 없고 순수하시다.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무공해 청정’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줄곧 삶을 누리는 모습이었다. 젊은 시절엔 돈을 쓰기 위해 버셨다고 했다. 호주에서 이민자의 삶을 살면서 청소 등의 일을 하셨는데, 그렇게 모은 돈은 스포츠와 여행, 다른 사람과의 관계 도모에 사용하셨다.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미래로 유보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셨다. 그런 삶의 태도와 생각은 암에 걸린 후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선생님의 조카 분이 말하길, 삼촌이 암조차도 누리고 있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힘들지만 이 상황을 즐기실 거라고 했다. 낙천적이라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몽땅 다 읽을 정도로 관심 분야에 대해선 파고든다. 자신의 순수함과 사람들과의 소통,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셨고 삶으로 드러내며 살아온 분이다. 그런 분이셨기에 암에 걸리고 나서도 집에 가만히 있을 순 없었을 거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소모하거나 소진하고 싶어하지 않으셨고, 소통을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가신 게 이 여행이었다.  (중략) 진은지 기자


[인터뷰] 죽음에 갇히지 않는 희망과 함께했다

크로스로, 2013년 2월 26일 [원문 바로가]


희망의 속도 15Km/h

저자
김선욱 지음
출판사
민음인 | 2013-02-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길에서 암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우다!『희망의 속도 15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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